인정이 많으면 도심이 성글다는
옛 선사들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집착은 우리를 부자유하게 만든다.
해탈이란 온갖 얽힘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자제의 경지를 말한다.
그런데 그 얽힘의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고
집착에 있다.
물건에 대한 집착보다도 인정에 대한 집착은
몇 곱절 더 질기다.
출가는 그러한 집착의 집에서 떠남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출가한 수행자들은
어느 면으로 보면 비정하리만큼 금속성에 가깝다.
그러나 그러한 냉기는 어디까지나
긍정의 열기로 향하는 부정의 단계이다.
긍정의 지평에 선 보살의 자비는
봄볕처럼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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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건성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산은 그저 산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을 활짝 열고
산을 진정으로 바라보면
우리 자신도 문득 산이 된다.
내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 때에는
저만치서 산이 나를 보고 있지만

내 마음이 그윽하고 한가할 때는
내가 산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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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에 나는 또 길을 찾아 나서야겠다.
이곳에 옮겨 와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는 새로운 자리로 옮겨 볼 생각이다.
수행자가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안일과 타성의 늪에 갇혀 시들게 된다.
다시 또 서툴게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영원한 아마추어로서 새 길을 가고 싶다.

묵은 것을 버리지 않고는
새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 알려진 것들에서 자유로워져야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다.
내 자신만이 내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그 누구도 내 삶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나는 보다 더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리고 없는 듯이 살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그 어떤 사람도 되고 싶지 않다.
그저 나 자신이 되고 싶다.

나는 내 삶을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그 누구도 닮지 않으면서
내 식대로 살고자 한다.

자기 식대로 살고자 한다.
투철한  개인의 질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질서에는 게으르지 않음과
검소함과 단순함과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음도 포함된다.

그리고 때로는 높이높이 솟아오르고
때로는 깊이깊이 잠기는
그 같은 삶의 리듬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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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내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이미 오늘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오늘을 마음껏 살고 있다면
내일의 걱정 근심을
가불해 쓸 이유가 어디 있는가.

죽음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은
생에 집착하고 삶을 소유로 여기기 때문이다.
생에 대한 집착과 소유의 관념에서 놓여날 수 있다면
엄연한 우주 질서 앞에 조금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이므로.

물소리에 귀를 모으라.
그것은 우주의 맥박이고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다.
우리가 살 만큼 살다가
갈 곳이 어디인가를 깨우쳐 주는
소리 없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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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 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불 아래서 주소록 펼쳐 들고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 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꾸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 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 두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 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 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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